고독한 연구실
오랜만입니다. 최근 쓰고 있는 논문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언제나 저는 게으름과 낮은 집중력과 싸우고 있습니다. 연구를 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나태함과 잡념입니다. 평소에 아침잠이 많아서 조금만 더 자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려고 노력하고, 자꾸만 연구와 관계없는 생각을 하는 제 마음가짐을 바로잡고자 분투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일하기 싫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지쳐서 번아웃 증상이 강하게 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현상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연구실의 적막함이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방학이 되면 학교에 사람이 사라집니다. 연구실에도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있는 연구실은 출퇴근에 관한 규칙이 없기에 외국인 학생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한국인 학생들도 대부분 출근하지 않아요. 그래서 방학 기간 동안 하루종일 연구실에 있으면서 마주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적막함과 쓸쓸함 속에서 에어컨 소리와 매미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연구실에 혼자 있으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할 일과 고민은 많은데 나만 걱정에 사로잡혀 있나?
외로운 공간에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홀로 있을 때, 같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을 때, 아무래도 외로움을 느끼기 마련이에요. 다들 밤늦게까지 불켜져 있는 창문,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고 아마 저 사람들도 나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될 때가 있지 않나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서로를 보면서 위로를 받는 거예요. 그런데 방학 기간에는 넓은 연구실 공간 속에 저밖에 없는 날이 많으니 홀로 고독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네요.
여러분의 하루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