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에 석사 학위 졸업 논문 디펜스가 있었습니다. 논문 주제는 여름에 이미 생각해두었으나 제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논문 작업이 순조롭게 풀리게 된 시점이 11월 마지막주라서 그때부터 논문 내용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제가 핑계를 대자면 졸업 논문 외에도 진행 중인 연구가 있었고, 이런저런 일로 할 게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졸업 논문을 위해 해야 할 일의 양을 10으로 예상했었는데, 과장 많이 보태자면 알고보니 100이였어요. 가본 적도 없는 길을, 참고 자료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10km도 아닌 100km를 혼자 어떻게든 가야만 했습니다. 네 이거 진짜예요 디펜스날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3주 정도 저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줄여가면서 연구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새벽 늦게 퇴근하고 다시 오전에 출근하는 하루를 반복하면서 이번에도 관련 선행 연구나 자료가 거의 없는 주제를 선택한 행동을 후회했어요. 졸업 논문은 미리미리 준비합시다.
논문 방향을 서너 번은 갈아엎었고,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11월 마지막주에 갑자기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는데, 그때 정말 기뻤습니다. 물론 글을 써야 논문이 완성되는 거라서 할 게 많았지만 특히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된 이상 승기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펜스 발표 이틀 전 아침에 논문 초고를 완성하자마자 발표 자료와 함께 교수님들께 뒤늦게 보내드렸는데, 디펜스 당일 새벽까지 내용을 다듬느라 고생했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디펜스날에 떨리지 않더라구요. 꼼꼼하게 다듬지도 못한 논문과 발표 연습을 한 번도 못한 처참한 상태라서 오히려 무서울 게 없는 상황이라 그랬나봐요. 물론 지난 몇 달 동안 깨지고 부서지면서 경험한 지식이 이미 제 머리에 확실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에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걱정이 없었답니다. 어차피 제 머릿속에 필요한 내용은 다 있으니 어떻게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덕분이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좋게 봐주셔서 무난하게 발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논문 내용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모든 절차가 끝나는 날까지 흐트러지면 안되겠습니다.
졸업 논문에 많은 도움을 주신 지도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 덕분에 석사 학위 졸업 논문 디펜스 발표를 할 수 있었고, 연구를 진행하고 발표하는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담당하는 R 프로그래밍 수업 학생들에게 고맙습니다. 실험 참가 의사를 밝히고 기꺼이 도와주었구, 한 학기 동안 잘 따라주어서 너무나 고맙네요!
최종 모델 채택과 데이터전처리 효과 실험
둘째주까지 flowise를 활용한 lowcode 방법 시도 셋째주부터 랭그래프를 활용한 Modular RAG 설계 및 구현
]]>9월에는 사촌들이랑 시간을 많이 보냈고, 10월 둘째주에는 친구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3개월만에 다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돌이켜보면 함께 있을 때 제가 가장 편안한 마음이 유지되는 사람들이라서 언제나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군자의 교우는 냉수와 같고, 소인의 교우는 꿀물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존재만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젠장 난 그대들이 정말 좋다!!!
사람을 대할 때 감사할줄 아는 것,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천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릇을 키워야 합니다.
문득 제가 수업 조교로 있는 학생들이 생각나네요. 학기마다 대략 50명의 학생들을 그동안 담당했는데요, 그중에서 어쩌다 학교에서 마주치면 먼저 인사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수많은 학생들 중에 일부를 제외하면 캠퍼스를 지나가다가 봐도 누군지 바로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은데, 이렇게 먼저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이름은 몰라도 아 내 수업에 있는 분인가 보다 하고 저도 인사를 하게 되더라구요. 특히 이번 학기는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산자부 챌린지 예선 통과 후에 본선 1차를 오늘, 28일에 치렀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워낙 뛰어난 발표가 많아 보였으며, 주어진 발표 시간이 짧아서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학회에서 발표할 때와 마찬가지로 산자부 챌린지를 준비하는 동안 배운 게 많았습니다. 또한, 제 연구를 발표할 때도 항상 드는 생각처럼 이번 발표에서도 결과적으로 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올라가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음에 감사하며, 제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전체 프로젝트 사이클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구가 결혼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아마 여섯 살때 그 친구를 유치원에서 처음 만났을 거예요. 사실 그 친구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초중고 시절 같이 공부했던 추억을 제외하면 서로 함께한 일이 없다시피 하며, 서로 연락을 주고 받은 적도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님들끼리 친하셔서 부모님을 통해 소식을 전해듣는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반갑게도 오늘 결혼한다고 직접 연락이 왔어요. 그 친구 입장에서는 아마 결혼한다고 갑자기 연락하는 것이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겠으나, 저로서는 반가웠습니다. 연락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비록 서로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꾸준히 직접적으로 교류하지는 못했지만 저에게 있어서 가장 오래 알아왔던 친구인만큼 그립고 만나고 싶었던 존재네요. 안중지인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행복하길 바라요.
살아가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겪으며 극복과 선택을 스스로 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치지 않도록 함께 떠들 누군가가 있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서 매년 연락을 드리려고 노력을 하는데, 관계의 지속은 서로의 합이 맞아야 하는 것이라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쩌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 여러분의 마음을 휘저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저이길 바랍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있습니다. 졸업을 기다리며 여기에서의 남은 생활을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드는 걸까요. 하지만 그것보단 폭풍이 지나간 뒤에 지쳤고, 생각 정리를 마쳤기 때문일 거예요. 지난 몇 달 동안 힘껏 기운을 떨쳐내었던 성장 뒤에 찾아오는 후폭풍입니다.
저는 피아 구분이 확실한 상황이 좋습니다. 군인이나 할 걸 그랬나봐요. 제가 소중히 대해야 할 사람과 그럴싸한 감언으로 마음을 흔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히 정했습니다. 저의 행복을 위해 사람, 활동, 물건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였습니다. 두 달 정도 된 듯한데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영상의 스트리머가 하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화를 내면 나만 손해다. 어느 정도는 머리 속이 꽃밭인 상태로 세상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저라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마침 지친 김에 요즘에는 그냥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특립독행하면서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며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다시금 PS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관심 없고, 시간도 없어서 더 이상 아무 느낌이 날 것 같지 않았는데 며칠 전 오랜만에 관련 사이트를 둘러보고 PS 블로그 글을 읽다보니 하고 싶어졌습니다. 문제를 읽고 어떻게 풀면 좋을지 생각하다 보니 열정이 다시 생기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어쩌면 다시 알고리즘 문제를 풀기 시작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최근 쓰고 있는 논문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언제나 저는 게으름과 낮은 집중력과 싸우고 있습니다. 연구를 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나태함과 잡념입니다. 평소에 아침잠이 많아서 조금만 더 자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려고 노력하고, 자꾸만 연구와 관계없는 생각을 하는 제 마음가짐을 바로잡고자 분투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일하기 싫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지쳐서 번아웃 증상이 강하게 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현상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연구실의 적막함이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방학이 되면 학교에 사람이 사라집니다. 연구실에도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있는 연구실은 출퇴근에 관한 규칙이 없기에 외국인 학생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한국인 학생들도 대부분 출근하지 않아요. 그래서 방학 기간 동안 하루종일 연구실에 있으면서 마주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적막함과 쓸쓸함 속에서 에어컨 소리와 매미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연구실에 혼자 있으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할 일과 고민은 많은데 나만 걱정에 사로잡혀 있나?
외로운 공간에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홀로 있을 때, 같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을 때, 아무래도 외로움을 느끼기 마련이에요. 다들 밤늦게까지 불켜져 있는 창문,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고 아마 저 사람들도 나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될 때가 있지 않나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서로를 보면서 위로를 받는 거예요. 그런데 방학 기간에는 넓은 연구실 공간 속에 저밖에 없는 날이 많으니 홀로 고독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네요.
여러분의 하루는 어떤가요?
]]>24년 상반기가 끝났습니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는데, 그만큼 바쁘게 살았습니다. 사실 4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잘 기억도 안 날 정도로 4월이 오래된 과거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특정 시점을 그 당시 읽었던 책이 무엇이냐로 가늠할 때가 있는데, 4월에 읽었던 책을 떠올려보자면 굉장히 오래 전에 완독했다고 느껴지지만 불과 두 달 전이네요. 5월은 학회 일정과 그에 대한 준비 때문에 바빴고, 4월과 6월은 그냥 연구실에서 할 일 하다보니 바빴습니다. 근데 요즘 삶이 그리 재밌지는 않습니다.
호치민에서 열린 PACIS 학회 일정을 끝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전날 밤 연구실 사람들이 들려줄만한 재밌는 이야기 없냐고 묻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정말 딱히 그 사람들에게 들려줄만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저는 대학원 일정 외에는 책을 읽고, 전시회를 가고, 영화 보는 걸 주로 좋아합니다. 인간관계도 저와 비슷한 취미를 가지는 사람들이랑 형성하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바빠서 전시회나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들려줄만한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안 생기는 듯 합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읽은 책에 관해 함께 얘기할 사람도 못 만나고 있거든요. 사실 최근에 겐페이 합전이랑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에 다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자료를 틈날 때마다 읽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 흥미를 가질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학원생은 본인 연구실을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스스로 루틴을 정해서 하루하루를 계획해서 살지 않으면 나태해지기 쉬운 신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는 연구실에 있는 사람들을 단순한 직장 동료로 바라보지 않았고, 그들과 그보다는 더 인간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인간관계에서 하듯이 연구실 사람들을 정말 잘 대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바라볼 때 느꼈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 꾸준히 안부도 묻고, 감사함을 표하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면서 제 일상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 행복하길 바랐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제 주변 사람들과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요. 중용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 드러내는 태도와 자기 자신을 미루어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자신에게 베풀어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을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지 말라.”
저 또한 행복하고 존중 받고 싶기 때문에 제 마음으로 피워낸 솔직하고 가식 없는 애정을 주위 사람들에게 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진심을 곡해하고, 다른 의도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방어기제가 높아서 그런 건지 그냥 제가 싫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제가 느끼는 좋았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저에게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저는 책임감이 강하고 다른 사람도 그러길 바랍니다만 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어떤 사람하고는 차이가 많이 날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가치관은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애초에 간섭할 생각조차 없습니다. 다만, 제가 요구하는 기준치에 대해 자기 자신을 향한 공격이라고 간주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있어서 솔직히 존나 어이가 없습니다. 워크에식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저에게 같지도 않은 본인 기분을 방패 삼아 반박을 하는 건 핀트를 못 잡고 있는 것으로밖에 안 들립니다. 그리고 감사함을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도움을 건네고 친절을 베풀어도 자기가 받은 것을 쉽게 잊는 사람이 있어요. 인연을 맺음으로써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피해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프네요.
저는 제가 정도를 걷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문득 이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습니다. 솔직한 제 성향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겠지요. 혹은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제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간혹 표현이 서툴러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위하려는 제 마음은 제 속에서만 머물고, 다른 사람이 바라볼 때는 그저 사실관계만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맹자에 이런 구절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저를 자책하였습니다.
“사람들을 사랑하는데도 그들이 나와 친밀해지지 않으면 자신의 인이 충분했는가를 돌이켜 보고, 사람들을 예로써 대해도 그들이 답례하지 않으면 자신의 공경이 충분했는가를 돌이켜 보라.”
제 생각과 방식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몇 번 있는 일이지만 매번 제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은 같습니다. 최근 들어 자꾸 기분이 태도가 되고, 모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는 말이 있듯이 제가 참고 감정을 삭혀야 하는 상황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저에게는 제삼자의 미온적인 태도도 저를 외롭게 하는 아픔이기 때문이에요. 저에게는 마치 너 혼자 참고 조용히 있으면 되는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행동하냐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요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정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예전 글에 썼듯이 저는 사람을 사귈 때 신중합니다. 감정이 격해질 때 혹시나 모진 단어라도 쓸까 조심스러운 사람. 화가 많이 나면 차가워지는 제가 완전히 돌아서서 혹시나 멀어질까 노심초사 하는 사람. 옆에서 함께 웃을 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서 시간을 기꺼이 낼 줄 아는 사람. 서로에게 고마웠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저와의 모든 시간과 소중함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아는, 저를 아껴주는 사람만 주위에 두고 싶습니다.
상처 입은 멘탈을 차차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이 밝으면 해가 뜨고, 제 마음을 접으면 달도 지는 법이니 스스로를 다독이는 데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래서 연구실에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클라이밍을 시작했는데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무언가 몰두할만한 취미를 찾아서 행복해요. 책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에 명상록,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때로는 간절함조차 아플 때가 있었다, 1984, 군주론을 읽었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은 읽으면서 나중에 한 번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자체가 짧은 인생 수업이라서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직접 대화하며 고민 상담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인데 가볍게 읽기 좋았습니다. 박물관 구석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앉아서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세 번째 책은 제가 직접 북토크에도 다녀온 강지영 아나운서가 쓴 책입니다. 다만 북토크에 다녀오고 나서 책을 읽었는데, 북토크 가기 전에 읽었다면 더 좋았을 듯 합니다. 기대한 것보다 책 내용이 좋았습니다. 원래 자기개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의 글은 제 마음에 많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책 내용이 마침 강지영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고나리자라는 프로그램과 결을 같이 하는데, 읽으면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습니다. 1984와 군주론은 사람들에게 오랜 세월 동안 널리 읽히는 책은 이유가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군주론의 경우 어릴 때 읽다가 포기했었는데, 지금 와서 읽어보니 재밌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 비슷한 역사 사례를 떠올리면서 읽다보니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1984는 어렵지 않은 내용과 간결한 문체로 쓰여져있어서 무거운 주제임에도 술술 읽혔습니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를 고려해보면 작가의 통찰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PACIS 학회에서 느낀 점을 간단히 적어보고 싶습니다. PACIS니까 발표 내용은 당연히 대체로 수준 높았습니다. 발표 내용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제 영어 실력이 아쉬웠습니다.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만큼 발표자들이 본인의 연구에 많은 생각을 했다는 흔적이 보였습니다. 질문하는 사람들의 질문 수준도 높았습니다. 발표 내용에 대해 미리 읽어보고 질문 거리를 준비한 듯한 사람도 계셨는데, 이러한 분들 덕분에 발표자와 나누는 심도 있는 토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데이터로 새로운 상황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지, 특정 변수로 민감도 분석을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지 등등 발표자가 질문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생각의 깊이가 보였습니다.
다음 글은 아마 연구 관련 내용일 것 같습니다. 행복하시길 바라요.
]]>DOI : 10.1002/smj.3367
블로그 주인이 대학원생인데 논문 리뷰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 계속 신경쓰였습니다. 예전 수업시간에 제가 직접 해당 논문에 대해서 논문 리뷰 발표를 했었는데, 마침 이번 졸업시험에서도 이 논문을 다뤘기 때문에 논문 리뷰를 간단하게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이 논문은 네트워크 이론과 조직 혁신에 관련된 연구입니다. 논문에서 줄곧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는 “Degree assortativity”라는 네트워크 이론 용어인데, 아래에 정의를 적어두었습니다.
Degree assortativity refers to the tendency of nodes to attach to those with similar degree centrality ranks in a network.
저는 Degree assortativity를 우리말로 연결도 동질성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래프 이론에서 노드의 degree는 해당 노드가 다른 노드와 연결되어 있는 정도를 말합니다. 네트워크의 연결도 동질성 수준이 높을수록 degree 값이 높은 노드는 높은 degree 노드와 연결되고, degree 값이 낮은 노드는 자기처럼 낮은 degree 노드와 연결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즉, 끼리끼리 모이는 건데 소위 말하는 인싸는 인싸끼리, 아싸는 아싸끼리 뭉치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이와 반대로 연결도 동질성이 낮은 네트워크에서는 서로 다른 집단끼리도 교류가 활발합니다. 본 논문에서는 연결도 동질성에 따른 조직 특성을 연구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연결도 동질성과 관련해서 조직에 아래와 같은 특성이 발생합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논문에서는 제약 산업의 특허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네트워크의 노드는 각 제약 회사에 소속된 특허에 참여한 연구자이고, 함께 연구한 사람끼리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즉, 연결도 동질성이 높은 연구자는 많은 특허에 참여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성과(발명)가 곧 특허입니다. 특허의 참신함은 해당 특허와 선행 특허의 subclass를 비교해서 서로 얼마나 겹치는지로 측정했습니다. 많이 겹칠수록 참신성이 낮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업 영향력은 특허의 인용 횟수로 측정했습니다. 본 논문은 특허를 서로 비교하기 위해 CEM 연구 방법론을 사용했습니다.
이 논문은 그럴듯한 연구 결과를 다루고 있습니다. degree 값이 높은, 중심 연구자일수록 기업 자원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고 관련해서 아는 것도 많으니 당연히 성과는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심 연구자가 아닌 연구자는 남들과 다른 출신 배경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새로운 관점과 경험을 통해 특허에 참신함을 더하고, 이에 따라 산업에 강력한 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연구 데이터로 제약 회사를 선택한 점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이공계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만 보통 제약 회사라면 하나의 연구에 다수의 연구자가 참여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참여 연구자 중에 책임자가 있을 것이고, 그 책임자는 어쩌면 직접적으로 해당 연구에 많이 기여하지 않더라도 고위 직위를 가진 사람이라서 여러 연구에 이름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따라서 실질적으로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으로만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면 연구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4월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한편으로는 잘 살고 있다는 의미라고 나를 다독여본다. 할 게 많아서 정신없이 매일매일 치고 달려나아가고 있고, 대학원생이라면 이러한 삶이 정상이지 않을까.
2024년의 시작은 홋카이도였다. 언젠가 겨울의 홋카이도를 가고 싶다라는 바람이 있었는데, 우연히 삿포로에서 학회가 있어서 다녀왔다. 뜻밖의 여정이었다. 작년 10월 31일 갈만한 학회를 찾고 있던 시기에 삿포로 학회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논문 제출 마감이 11월 1일이었다. 연락을 받은 시각이 23시가 다 된 늦은 밤이어서 1시간만에 급하게 당시 쓰고 있던 글을 번역하고 양식에 맞게 옮겨서 제출하였다. 마감 기한이 연장되긴 했지만 생각치도 못한 기회를 잡아서 아름다운 설경 추억을 만들고 왔다. 음식은 입맛에 맞았고 운이 좋아서 머물었던 5박 6일 동안 날씨도 좋았다.
일본에 다녀오고 1월과 2월의 기억은 특별한 게 많이 없었다. 산자부 프로젝트랑 연구를 마무리 하는 수정 작업으로 하루를 보냈다. 솔직히 지루하고 재미없던 시기였다. 산자부 프로젝트는 내가 원하는대로 부드럽게 흘러가지 않았고, 논문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다듬고 다듬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그래도 즐거움이 있다면 연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았다는 것이다. 논문은 내가 평소 쓰는 글과 다르다. 글에 되도록 빈틈이 없어야 하고 정확한 글이어야만 한다. 물론 내가 지금껏 블로그에 글을 대충 썼다는 말이 아니다. 혹여 잘못된 글을 쓰는 것은 아닌지, 맞춤법에 어긋나지는 않는지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노력하였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다시 읽어보면 이상한 부분이 가끔 보이긴 하더라. 방금 알아차린 사실인데 이번 글은 -습니다체를 쓰지 않고 있다. 블로그에 글 쓸 때마다 매번 문체가 달라진다. 그날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3월은 기분이 좋았다. 개강해서 조교업무가 다시 생기긴 했어도 일은 즐거우니 괜찮았다. 연구도 마무리했고, 다시 책 읽을 시간이 생겨서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새학기에 새로운 사람들을 여럿 알게 되어서 앞으로 그들과 함께 할 시간이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매화랑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몽글몽글 행복한 기분이 든다.
이제 다음 분기에 실천할 내용을 적어보겠다. 먼저 독서. 최근 몇 달 간 바쁘긴 했지만 책을 한 권밖에 읽지 못했다. 에밀리 블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었는데 한 편의 주말 드라마를 감상한 느낌이다. 이 책이 작가의 유일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등장인물에게서 이야기를 전해듣는 방식의 소설 전개 방식이 좋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등장인물 간의 대화가 상당히 직설적이고 솔직하다는 점이다. 자신이 느낀 기분과 상대방에게 원하는 바를 구체적이고 진실되게 말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책 제목 그대로 폭풍 같이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폭풍이 어느새 소멸되듯이 빠르지만 부드럽게 소설이 끝맺는 흐름에서 작가의 천재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날씨 따뜻해졌으니 러닝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전시회도 다시 시간 나는대로 좋은 게 있으면 다녀오고 싶다. 지난 달 31일에 강지영 아나운서의 북토크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다녀왔는데 전시회 간 것처럼 설레었고 느낀 바가 있었다. 연구실에 매일 있기 보다 가끔씩은 밖을 돌아다니면서 색다른 경험을 가져보려고 한다. 같이 가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마지막으로 본분에 맞게 연구도 많이 하고 싶다. 물론 내 의지와 달리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속상하다. 퀀텀 점프 언제 할 수 있을까?
북토크에 다녀와서 새로운 마음가짐이 생겼다. 이번 시즌의 자세는 “Fear not”이다. 충분히 생각하고 용감하게 해보는 거다. 생각이 너무 길어지면 용기는 사라진다.
2023년 회고 글을 진작에 썼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에서야 쓰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바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해보면서 지난 일을 하나씩 돌아보겠습니다. 한 해 동안 겪었던 몇 가지 이야기에 대해 솔직하게 다뤄보겠습니다.
2023년은 제가 대학원에 입학한 해입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기점이겠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입학할 무렵의 시기가 참 여유롭고 좋았던 때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들어온지 반 년 정도밖에 안되었던 시기었고, 그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기대를 잔뜩 품은 상태로 새로운 환경에 몸을 던질 준비를 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세웠던 목표대로 지금 순조롭게 진척이 되고 있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부끄럽게도 아닙니다. 2년 간 자신을 혹사시켜서라도 무언가를 이뤘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살려고 했지만 여러 모로 조금 지쳐서 나태해졌습니다. 정해진 루틴대로 매일 하루를 보내고, 매주 꾸준한 성과를 내려고 했습니다만 어렵네요. 무엇이든 사소한 것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어려운 듯 합니다. 그래도 제 연구를 처음 시작해봤고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다다르긴 했습니다. 물론 원래는 지금쯤이면 적어도 두 번째 논문을 마무리하는 시기여야 했습니다. 도메인을 정하고, 관심 있는 주제를 정해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지식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했더니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나아갈 방향이 제한되는 느낌입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시야를 넓히려면 많이 읽고 경험해서 좀 더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를 찾기 시작해야 하는데 이조차도 게을러서 읽은 논문도 부족하고 새롭게 알게되는 것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제 연구 성과를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기대만큼 폼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고 정체된 느낌이에요. 하다보면 언젠가 퀀텀 점프를 이루겠지만 그 순간이 너무 늦을까 두렵습니다.
지난 11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연구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지도교수님께 피드백을 받기 위해 스스로 꾸준히 성과를 내려는 마음이 생기고, 동기들의 연구를 지켜보면서 여러 모로 좋은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매번 새로운 피드백을 받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떠올리자면 세 가지를 얘기할 수 있겠네요.
특히 세 번째가 글을 쓸 때 항상 마음 속에 되새겨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문을 쓰다보면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분명하고 자세히 다루지 않고 대충 넘어가려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거든요. 블로그에 그냥 쓰는 글이 아니라 논문인만큼 대충 그 따위로 쓸 거 같으면 대학원생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여름부터 학회를 갔었는데 11월 말 부산에서 열린 학회에서 처음으로 직접 발표를 해봤습니다. 학부랑 달리 대학원에서는 발표할 기회가 많았는데, 학회에서도 발표를 해보면서 점점 자신감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학회 덕분에 여러 새로운 곳도 가보는 재미도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2024년이 되자마자 다녀온 삿포로 학회는 최고였습니다. 4년만에 해외에 가본 데다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홋카이도여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낭만적인 자연 환경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저는 도시 구경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나라 특유의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여행을 더 좋아해요. 그런 면에서 홋카이도는 정말 특별한 곳이었어요! 이러다보니 요즘엔 연구를 열심히 해서 다양한 학회에서 발표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다른 사람들의 연구와 발표 실력을 보고 배우고, 여행도 할 수 있는 기회라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R 프로그래밍 수업 조교를 지난 학기 중간에 갑자기 맡았습니다. R은 제가 자신 있는 언어가 아니라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여담으로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구현 능력인데요. 자기가 머릿속에 떠올린 기능을 그대로 코드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종이에 단계별로 만들어내고 싶은 코드 내용을 쓴 다음에 차근차근 구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익숙해지면 그냥 머리로 바로 코드가 생성되는 수준에 이르는 과정을 연습해야 하지요. 이러한 점은 외국어 공부랑 수학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쉬우나 응용해서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자주 그 언어를 사용하는 게 정도입니다. R은 제대로 배운지 오래되었고, 자주 쓰지 않아서 잘 다루지도 못했지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시스템 환경 설정에서 발생하는 에러에 대해 제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드 구현이야 다른 언어 경험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고, 사실 수강생들 수준이 대부분 처음으로 코딩을 본격적으로 배우는 거라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헌데, 시스템적인 에러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R 지식이 부족한 저로서는 저도 검색해서 알아본 뒤에 답을 해주어야 해서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물론 학기 후반부에 배우는 어려운 심화 내용은 저도 다 까먹어서 그것대로 문제였습니다.
R 프로그래밍 조교를 하면서 느낀 또 다른 점은 수강생의 태도가 아쉬웠다는 것입니다. 일단, 학점이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앞으로 학부 생활 동안 꾸준히 써야 하는 R을 배우는 데에 의욕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자주 R을 쓰게 하려고 이 수업은 매주 과제가 나가는데, 종종 이런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과제를 하다가 에러가 나서 더 이상 진행을 못했다..죄송하다… 조교인 나에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죠. 저야 눈 아프게 체크하며 채점할 게 없으니 편하니까요. 다만, 안타까운 게 왜 미리 질문을 해서 과제를 수행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그리고 학생들이 겪는 대부분의 에러는 정말 사소하고 쉬운 것이라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검색하는 노력이 있었다면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었을 거예요. 물론 제가 느끼기에 별 거 아닌 에러라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난관일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만 그럴수록 부담없이 저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질문을 받아서 학생들을 친절히 도와주고 싶습니다.
또한, ChatGPT에 학생들이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매주 나가는 과제는 잘하는데 어째서 중간고사 성적은 형편 없을까요? 제가 한 번은 백준의 문제를 조금 수정해서 브론즈 1에서 실버 5 정도의 난이도 문제를 일부러 낸 적이 있습니다. R은 통계와 분석을 위한 언어이기에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쓰이는 복잡한 코드 구현 문제는 지양해야 하지만 당시 과제가 조건문과 반복문 내용이어서 크게 상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코딩을 처음 접하는 1학년 학생들이라 못 푸는 게 어쩌면 당연하겠습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코드를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정말 깔끔하게,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마냥 서너 가지로 코드 스타일이 구분되더군요. 사람의 글로 비유하자면 문어체라고 느껴지는 그런 코드 스타일로요. 다만, 모든 테스트 케이스를 통과하는 정답 코드를 제출한 학생은 한 손으로 꼽을만한 숫자였습니다. 그 문제를 풀지 못해도 성적에는 사실상 지장이 없었습니다. 학생들도 알다시피 중간고사와 기말 과제를 비롯한 다른 부분에서 성적이 갈리니까요. 그런데 왜 굳이 수고롭게 그런 치팅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따로 수업이나 과제에 관해서 깊이 있는 질문을 하거나 코딩을 잘하고 싶어서 공부 방법을 묻는 학생도 50명이 넘는 학생 중에 학기 동안 세 명밖에 없었구요. 그래서 데이터 분석을 공부하는 수업이니 만큼 치팅할 필요가 없는 과제를 내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과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그런 모습이 보고 싶네요.
글이 어느 순간 심각해져서 다른 얘기를 해야겠어요. 2023년은 새로운 사람을 많이 알게 된 해였습니다. 대학원 동기들이랑 재밌는 추억을 여럿 만들었어요. 2024년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해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돈독한 사이가 되길 바랍니다. 2024년 6월까지 성취할 목표를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논문을 두 편 더 쓰려고 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것 말구 추가로 두 편이요. 또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에 졸업 논문 주제를 정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이번 겨울에 다음 학기를 대비해서 R이랑 NetMiner를 공부해두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독서하는 습관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연말에 논문 마무리, 학회 발표 준비, 산자부 기업 방문 일정으로 바빠서 책을 읽지 못했어요. 다시 읽기 시작해야겠지요. 올해는 행복한 일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행복한 이야기의 주인공이길 바라요!!!
끝으로 저에게 언제든지 연락주셨으면 합니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거나 제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우리 서로 친해지자구요.
]]>우선 논문도 글쓰기이고, 모든 창작 활동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부분이 주제 선정의 어려움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좋은 주제가 쉽게 안 떠오른다는 겁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자면 가까운 데에서, 당장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에서 주제를 찾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동안 블로그에 쓴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알고리즘, 그래프이론, MIS, 텍스트마이닝, 국가정책, NLP, 문헌정보관리,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써놓고 보니 MIS, 국가정책, 문헌정보관리, 역사는 결이 비슷하네요. 요즘은 LangChain 프레임워크를 관심을 가지고 공부 중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제 관심분야를 바탕으로 평소에 논문 주제를 생각하곤 하는데요, 아직 괜찮은 주제가 머릿속에서 많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매사에 MIS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여기에 제가 공부한 알고리즘, 텍스트마이닝과 같은 무기를 통해 기존 방법을 개선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인류가 확장하고 쌓아올린 지식에 벽돌 하나를 더 쌓는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라고 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그리고 일단 괜찮은 주제가 떠올라도 논문 쓰는 게 아직 미숙한 저로서는 연구 방법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막힙니다. 모처럼 떠올린 주제가 혹여나 지나치게 스케일이 큰 게 아닌가, 어떤 연구 방법론을 적용해야 하나 등등 다양하게 고민하다가 좌절합니다. 실제로 이미 이러한 이유로 논문 쓰기를 보류하고 넣어둔 아이디어가 한둘이 아니네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해야 하는 일이 명확하게 주어진 상황이 아니고,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일을 하는 상황에 익숙치 않아서 헤메는 듯 합니다. 도와주세요…
]]>얼마 전 친구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도중에 이와 관련해서 나는 국가적 차원에서 비혼과 이혼 따위를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빈도를 줄이는 조치가 어쩌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적어도 아름다운 결혼과 육아를 소재로 한 작품을 장려하는 정책이라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전한 두 인격체가 함께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갈등과 아이를 키우는 데서 맞닥뜨릴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동시에 경험할 결혼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 프로파간다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결혼과 육아 둘 다 경험해보지 않는 나의 철없는 소리라고 들릴 수 있겠다.
친구는 내 의견에 반대했다. 비록 저출산 현상이 심각하고, 미래에 우리 사회가 그로 인한 대가를 치르게 되더라도 그런 국가 정책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저출산으로 인해 겪을 대가를 방지하려고 하는 그 목적 자체가 “우리”가 아닌 “나”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었다. 즉, 미래의 내가 떠안을 부담이 싫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사실 내가 너무 큰 관점에서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문했을 정도로 당시의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다가 사비나의 이야기 속에서 공동체 속 개인에 관해 생각할 계기가 있었다. 생각이 이어지다가 그때의 대화가 떠올랐다. 친구의 주장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나의 주장은 공동체, 우리 사회, 국가의 관점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친구의 말에 따르면 저출산 현상 속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의무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없다. 이 또한 사회 현상이고, 하나의 개인으로서 움직이는 사회구성원들 각자의 선택을 국가가 간섭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친구는 나의 발언을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나”를 위한 이기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 친구의 견해가 개인적 차원에서 너무 좁게만 살아가려는 극단적 방임주의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현상황이 지속되었을 때 다가올 미래에도 개인의 행복추구권이 무조건적으로 보장되겠는가? 어쩌면 책 속 사비나가 어린 시절 경험의 영향으로 공동체 의식에 관심이 적은 것처럼 평소 역사와 국가 통치 정책에 관심이 많은 나라서 이러한 결론에 이르렀을지도.
친구 말마따나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젊은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해도 현상을 그리 나쁘지 않게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인구가 감소하면 쾌적해진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좁은 면적에 너무 많은 인구가 몰려있는 현상과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해소되는 것이다. 취업난 현상조차 어쩌면 우리 사회에 필요없는 잉여 인구가 많아서 발생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멜서스 트랩 이론에 따르면 지금의 저출산 현상은 자연스럽게 인구 구조조정이 되는 과정이다. 또한 과거보다 길어진 인간 수명 때문에 고령화 현상이 더 심각해보이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국가를 유지하고 통치하는 위정자의 관점에서 지금 상황을 바라보려는 나로서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생각해보자, 저출산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구 구조조정이 사회에 필요없는 잉여 인구의 탄생을 줄여주는 효과가 과연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신생아가 줄어들면 신생아, 유아와 관련된 직업과 조직의 규모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젊은 세대가 줄어들면 사회복지 규모 축소도 불가피하다. 결국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이상 취업난 현상도 계속될 것이고, 취약계층과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복지 혜택도 꾸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애초에 사회에 필요없는 잉여 인구가 많아 보이는 현상은 여러가지 이유가 결합된, 풀기 어려운 실타래 묶음 같은 것이다. 역피라미드 인구 구조는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하는 당면 과제이다.
저출산 현상은 인구 고령화 현상을 심화시킨다. 이는 자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 속에서 사회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생산 가능한 인구가 부족해진다. 결국 경제생산성이 감소하는 반면에 사회 복지 비용은 증가한다. 다시 말해 젊은 세대가 노령 세대보다 부족한 사회는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고, 앞서 언급했듯이 자연스럽게 사회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다. 이는 곧 사회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국제관계 속 힘겨루기 측면으로 넘어가보자. 구성원 숫자가 적을수록 그 조직, 사회, 국가의 유지력과 힘이 약하다. 반례로 북유럽 국가를 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비슷한 수준의 두 국가를 비교한다면 인구가 많은 쪽과 적은 쪽 둘 중에 어디가 더 강한 국가일까?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방치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굶어서 체중을 줄이는 행위랑 똑같지 않을까? 게다가 오히려 북유럽처럼 좋은 인프라를 갖춘 지역일수록 인적자원면에서 사람 한 명의 가치는 클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게임으로 비유해보자. 생산 건물 하나와 생산 건물 100개에서 같은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병력 규모의 차이는 크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체급이 낮은 국가가 체급이 큰 국가를 이기기 힘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회복탄력성 관점에서 체급이 큰 국가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간단한 예시로 누구나 알만한 위촉오 삼국지를 들자면, 인구가 많았던 중원지역을 위나라가 먹은 시점에서 이미 촉나라와 오나라의 승리 가능성은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을 기계로 대체하는 완전 자동화는 아직 실현불가하기 때문에 여전히 어떤 분야에서든 인구가 가지는 힘은 크다.
혹자는 출산율이 낮으면 이민자들을 받아들여서 부족한 수를 메우면 된다고 하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 나는 다문화 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긴 역사를 볼 때 서로 다른 문화가 조화롭게 섞이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대한민국 인구 5천만 명 중 1000만 명이 한국 문화에 제대로 녹아들지 않는 이민자로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두 집단으로 분열될 것이고 각 집단을 대표하는 리더가 따로 생길 것이다. 우리에게는 스스로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 정체성을 가진 아이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다인종 국가가 되는 미래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국가가 필요하고 유지되어야만 한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국가가 왜 생겨났는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국가 소멸 위기 속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국가가 없어지게 놔두자라는 사람이 있는데 다시 생각해보자고. 먼저,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의 국적을 선택할 수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불문하고 자신이 언제나 인정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자기가 태어난 국가일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복지를 충분히 확대해서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면 젋은 부양세대가 많이 필요한데, 애초에 왜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하냐면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해서 그렇다. 복지가 취약해지면 가장 먼저 피해 받는 것은 하위계층이겠지만 길게 보면 상류층 또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잃어버릴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보호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절대적인 상류사회가 존재하겠는가. 1789년에 프랑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떠올려보자. 그리고 비스마르크가 왜 그토록 복지정책에 신경썼는지 생각해보자.
결국 단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위해서 우리 모두를 위한, 공리주의 방식의 출산율 안정화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안게 될 고통을 외면하는 행위이다. 가벼운 존재를 추구하는 사비나의 삶은, 다시 말해서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가만히 있는 것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방관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관찰자처럼 바라만 보는 것은 후대에 전할만한 좋은 모습이 아닐 것이다.
]]>정신 차리고 매순간을 소중히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듭니다. 사실 지난 1분기 회고 이후에 뭐라도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할 것도 많았고 제가 게을러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원래는 대학원 생활과 알고리즘 공부를 취미로 병행하면서 네트워크 관련 글을 쓰려고 했어요. 하지만 2분기 동안 쓴 개인적인 글은 일기가 전부예요.
먼저 대학원 생활을 얘기해보렵니다. 첫 학기밖에 안했고, 고작 세 개의 수업을 들어서 일반화하긴 이릅니다만 대학원 수업 분위기는 학부랑 달랐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학원 수업의 특징은 학부랑 달리 무언가를 외우고 공부하라고 시키는 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게 있으니 연구할 때 참고하라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사실 MIS 수업은 학부랑 다를 게 없었습니다. 학부 때 수강했던 수업과 교수님이 달랐지만 내용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을 뿐더러 기초 이론 수업이라 그저 그랬습니다. 하지만 다른 두 수업은 매주 다른 내용의 논문을 읽으며 관련 학술 동향과 연구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했습니다. 수업에 나온 내용으로 시험을 친 것도 아니라서 부담은 없었고, 그저 앞으로 관련 분야로 연구할 계획이 있다면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대학원에 오기 전에 예상한 부분이긴 합니다. 통찰력을 기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폭넓게 경험할 기회가 주어지는 와중에 입맛에 맞는 것으로 골라 먹으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알아서 열심히 해야만 하는 환경이에요.
이번 학기에 발표를 네 번 했는데, 덕분에 발표에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 과제를 하고 논문을 읽고 발표 준비를 하는 데에 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하나가 끝나면 다른 일을 준비해야 하더라구요. 한글 논문은 쉽게 읽었지만 영어 논문은 하나를 읽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다면 저만의 공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개인 공부랑 연구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러면 안돼요. 정신 없이 살기 위해 연구에 몰두해야겠습니다. 제 자신을 혹사시킬 필요가 있어요. 어쩌겠습니까, 해내야죠. 문득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글귀가 떠오르네요.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고.”
- 붉은 여왕, “거울 나라의 앨리스” -
학회는 두 번 다녀왔습니다. 저 혼자 무언가 해서 간 게 아니라 그냥 함께 다녀온 거라 바람 쐬고 온 겁니다. 재밌었어요. 학회 분위기랑 다른 사람의 연구 동향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학회에서 들었던 발표 중에 인상적인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발표에서 다루는 내용이 너무 거대한 어떠한 인프라 구축 제안이랑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주제였어요.
러닝, 테니스, 축구, 독서 모임, 전시회 관람을 하고 싶은 것으로 설정했었습니다. 여기에서 러닝이랑 축구는 하지 않았고, 나머지 세 개는 했어요. 사실 독서 모임은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만 곧 시작하는 친구의 독서 모임 2기에 탑승한 상태입니다.
전시회 관람을 제일 열심히 했는데요. 몇 달 간 예술 작품 관람에 돈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시회 얘기를 하기 전에 어버이날에 경험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부터 시작하죠. 사람들이 비싸도 꾸준히 뮤지컬을 보러 다니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어릴 때 짧은 연극이나 뮤지컬을 본 기억은 있는데 별 감흥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오페라의 유령은 정말 좋았습니다. 내용 자체는 어릴 적 책을 읽었기에 어렴풋 알고 있었는데, 뮤지컬을 풍부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 음향과 배우들의 실력에 감탄했습니다. 예쁘고 잘생기고 노래도 잘 부르는 배우들을 보면서 정말 축복받은 재능을 타고 났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해는 지금까지 총 일곱 번의 전시를 봤어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과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부터 시작해서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강릉 하슬라 아트월드, “빈센트 발 : The Art of Shadow”,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시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를 관람했습니다. 전시 수준은 언제나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고예요. 어느 순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모든 것을 독자적인 브랜드화 하는 느낌이 들던데, 아무쪼록 누구나 머무를 때 행복할 공간으로 잘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사실 현대 미술은 잘 몰라서 딱히 안 끌리는데요, 특히 그림이면 진짜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붓질 방법이랑 무슨 의도로 그렸을지를 한참 생각하며 노려보다가 왔답니다. 그런데 저는 그림이라도 옛날 작품이면 좋습니다. 평소 역사에 관심 많기 때문에 작품이 그려진 시기가 어떤지 아는 데다가 초상화랑 풍경화가 대부분이라서 이해가 쉽더라구요.
언제부터인가 회고 글을 쓸 때마다 제 삶의 자세에 대해 말하게 되네요. 최근 몇 년 간 깨닫는 게 많아요. 저랑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에 스며드는 게 항상 쉽진 않네요. MBTI로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ISTJ입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유형이 있고,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얼추 그룹을 만들 수 있는데요. 사람들마다 생각하고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다르니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조심스럽습니다. ISTJ랑 완전히 반대되는 유형이라고 어울리기 힘든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조금씩 안 맞는 부분적인 면에서 느끼는 차이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히려 E 성향이라면 적극적으로 다가와줘서 고마워요.
원래 하려던 얘기를 이어가자면, 어떤 사람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도 그게 아닌 경우에 놀라게 되네요. 우리 모두 상황에 따라서 페르소나를 바꾸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가면이 제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그때그때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저에게 말해주는 게 편합니다. T라서 이런가 제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요. 제가 가까이하는 소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맞춰줄 의향이 있기 때문에 서로 솔직했으면 좋겠어요. 만약 오해가 있다면 서로의 이해관계가 평행선을 달리기 전에 충분하고 깊은 대화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해주는 격려와 위로의 말, 아니면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어서 건네는 질문을 압박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어쩌겠어요, 이해해줘야지.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걸. 분명 다른 점이 있기에 서로 완전히 섞이지는 못하겠지요. 온전히 다른 하나의 인격체이기에 두 사람이 완전히 딱 맞는 건 불가능해요. 다만 붓질이 여러 번 어우러지며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가 서로 나눈 대화와 함께 보낸 시간으로 친밀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