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캠 글쓰기 모임 4회

고전의 가치

며칠 전 친한 친구가 독서 모임을 만들 생각인데 초대 멤버로 들어올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만약 그 모임에 들어가서 책을 추천한다면 어떤 책을 추천할지 생각했다. 사람마다 추천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진 모르겠다만 아마 고전 중에 하나를 고를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유교 서적 중 하나를 골라 추천할 것 같다. 이유를 말하자면 일단 나는 고전을 좋아한다. 예전부터 책을 좋아했고, 지금과 달리 한창 책을 많이 읽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너도 나도 책을 쓸 수 있는 현대에는 다양한 책이 많이 출판되기 때문에 좋은 책을 선별해서 읽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수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검증된 동서양의 고전을 많이 읽기 시작했었다. 앙드레 말로가 했다고 전해지는 말이 있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받아 온 책은 틀림이 없다. 한 세대가 잘못 보아도 인류는 결코 잘못 보지 않는다.”

이처럼 수백, 수천 년 동안 꾸준히 읽혀온 책이라면 세월을 관통하는 좋은 글이 필시 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비단 책뿐만이 아니라 영화나 음악에서도 고전 작품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6, 70년대 영화를 보면 현대 영화가 오마주한 장치나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처럼 클래스는 영원하다. 그런데 고전 중에서 왜 하필 유교 관련 책을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간단하게 대답을 할 수 있다. 현대 사람들이 대체로 유교에 대해 너무나 안 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 한 번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유교 탈레반이니 우리의 선조들이 유교 때문에 망했다느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안타깝다. 흔히들 말하는 유교에서 비롯된 악습이 대체 어디서 근거한 말인지 모르겠다. 고리타분하다며 투정부리면서 유교를 비난하는데, 내 장담컨대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 중에 유교 서적을 하나라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없다고 확신한다. 물론 나도 모두 읽어보진 않았다. 솔직히 읽다보면 지루한 면이 없진 않을 뿐더러 주역 같은 것은 현대인의 삶에서 그리 의미있는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유교 관련 책을 읽는다면 사서에 속하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먼저 시도하는 게 일반적인데,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이것들은 역사 속 사례와 도덕 및 윤리를 바탕으로 사람이 사는 방식과 처세술을 가르친다. 절대 현실과 동떨어진, 이제는 아무 쓸모 없어진 내용이 아니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다.


윗 사람이 인을 좋아하는데 그 아랫 사람이 의로움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의로움을 좋아하는데 그 일이 잘 매듭지어지지 않는 경우가 없고, 창고에 있는 재물이 정당한 재물이 아닌 경우가 없다.
- 대학 전10장 -

그러므로 군자는 순리대로 생활하면서 그 결과를 기다린다. 그러나 소인은 위태롭게 행동하면서 요행을 바란다.
- 중용 제 14장 -


비단 유교가 아니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비슷하기에 어느 세대나 상관없이 후대에 전하는 고전의 핵심은 크게 다름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분야인 역사를 예로 들자면, 역사 속 수많은 사례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은 발생한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지 않고 다 비슷하다. 이야기를 조금 벗어나서 나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 말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맞는 말이나 사람들이 그 말에 대해 얼마나 깊게 생각하고, 그에 따라 실천하며 사는지 의문이 든다. 공직 사회에서 도덕적 기강 해이라든지 유명인들의 병역 문제 따위와 같은 문제들이 현대 사회에 넘쳐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가지는 심각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을 생각한다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언과기실(言過其實). 그저 입만 살고 행동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입버릇 같아서 역사를 잊은 민족 어쩌구하는 말이 싫어진 것이다. 법치국가라면 법 시스템에 따라 원리원칙대로 운영되어야만 한다.

앞서 말했듯이 고전의 가치는 높고, 이를 감상하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도스토예프스키나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읽으면서 여러 세대를 거친 문학적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한편, 작품 속에 녹아든, 작가가 보여주는 당대 사회의 모습에서 무언가 깨닫고 실천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읽는 즐거움을 알았으면 한다.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영화든 글이든 고전 작품을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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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캠퍼님
으음..? 디스커스 학교 계정이 자기 렉이 먹네요..ㅎㅎ; 일단 슬랙에 먼저 댓글 남겨둡니다!

안녕하세요 남현님! 남현님 글을 보면 백그라운드가 탄탄하다(?) 란 생각을 많이 했는데 고전을 즐기시는게 한몫하시는 것 같군요! 저도 유교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사람인데요! 유교가 나라를 망하게했다까진 아니지만, 학창시절 문학작품을 통해 느꼈던 분위기에서 조선시대보다는 고려시대가 훨씬 나았고 자연스럽게 유교에 대한 불호가 은연중에 좀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한번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윽..별로야..!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게 되네요 :(

또한 저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믿는 편인데요. 저 역시 학창시절에 국사를 정말 좋아했지만, 정작 교과서에 다뤄지지 않았던 내용이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에 대해 내가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특별히 고전, 성경과 같은 오래된 책을 읽을 때 심적으로 불편한 점은 그 시대 때 중요했던 가치와 현재의 가치나 시각이 달라져서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과거의 고전이라도 좀더 현대적인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더 읽을텐데..란 생각을 막연히 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한번 더 내가 그래서 진짜 몰입해서 읽은 고전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반성을 동시에 했네요. 남현님 글을 보며 위선적인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아….ㅎㅎㅎㅎㅎ 기회가 된다면 독서모임 같이 하면 재밌겠네요!

이인서 캠퍼님
안녕하세요 남현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디스커스가 에러가 나서 일단 슬랙으로 작성했네요. 안 그래도 필력이 남다르시다 싶었는데, 역시 독서를 많이 하셨군요. 고전을 많이 읽으셨다 하는데, 군대에서 ‘고전’에 빠져 논어와 고전 철학 등 많이 읽은 경험이 생각나면서 되게 반가웠네요. 저도

세월을 관통하는 좋은 글이 필시 있을 것

이라는 남현님의 생각에 동의해요. 다만, 유교에 대해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아마 당시의 시대 상을 고려하지 않고, 고전이 제공하는 ‘텍스트’만을 고려하여 현대와는 맞지 않기에 배척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남현님의 글 덕분에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고전에 대해 다시 흥미가 불타오르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남현님이 어떠한 고전 영화나 글을 즐기셨는데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