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회고

2022년 일 년 회고록

와 벌써 22년이 끝나가네요. 올해도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1월의 기억이 생생한데 그게 벌써 1년 가까이 지난 추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이상합니다. 두 달 전부터 올해 회고를 쓰기로 결심했는데요, 찬찬히 돌아보며 경험과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22년은 저에게 배움과 사색의 한 해였습니다. 새로운 인연을 여럿 만들었고, 저와 제 주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저에게 크게 아래의 주요 사건이 있었습니다.

  1. 네이버 부스트캠프 AI Tech
  2. 이사
  3. 1차 생각 정리의 시간
  4. 토트넘 월드컵
  5. 2차 생각 및 변한 나


1. 네이버 부스트캠프 AI Tech

수료 후기도 남긴 활동입니다. 1월에서 6월까지 5개월 간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AI 지식이 거의 없었지만 교육과 팀원들 덕분에 product serving까지 해보면서 프로젝트 라이프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5개월의 커리큘럼에서 배운 AI 지식보다 그곳에서 얻은 소중한 사람들과 그분들을 통해 얻은 새로운 시야, 협업을 통해 얻은 경험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2. 이사

20년 8월부터 22년 8월까지 2년 동안 살았던 두 번째 자취방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에 합류했습니다. 넷이서 사니 예전에 비해 장점도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이라 배울 점도 많고, 무엇보다 심심하지 않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2년 정도 함께 살 계획으로 자유계약으로 합류했는데, 이곳에서의 생활이 기대가 됩니다. ㅎㅎ


3. 1차 생각 정리의 시간

교육이 끝나고 이사할 무렵에 여러가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일단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 속에서 헤멘 것인데, 1차 목표는 취업이었지만 어느 분야를 업으로 할지 확신이 안 섰습니다. 이제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AI 분야로의 취업에 제 실력으로 보나 적성으로 보나 회의적인 마음이 컸습니다. 겨우 몇 개월 동안 발만 담군 저로서는 이게 적성에 맞는 건지 알 수도 없거니와 애초에 비전공자라서 주변 지식도 충분하다고 할 수 없는, 이도 저도 아닌 미완성 상태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상태에서 여러 회사에 면접 단계까지 갔지만 거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취업을 날로 먹으려다가 디스토마에 걸린 겁니다.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의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2. 여러 경험에 비춰 생각해보면 경험이 부족하다. 문제 정의부터 문제 해결에 필요한 준비물 수집, 그리고 문제 해결 과정과 결론을 정리해서 도출하기까지 프로젝트 라이프 사이클을 홀로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없다. 혼자서도 어떤 일을 하든 다 잘하고 싶은데, 실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3. 충분한 경험을 얻으려면 많은 과제와 공부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는데, 이를 위한 가장 적합한 환경은 대학원이다.
  4. 다행히 나는 관심 분야에 한해서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니 그냥 그리 싫지는 않다고 하자.
  5. 연구주제 선정에 대한 자유도가 높고, 돈도 많이 주는 곳으로 가자.

마침 같이 사는 사람들도 전부 대학원 사람들이라서 얘기를 꺼낸 후에 결정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4. 토트넘 월드컵

특이하게 여름이 아닌 겨울에 월드컵이 열렸습니다.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는 저로서는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각 나라의 열정을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결승전은 경기 내용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쓰여진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면 역대 최고의 월드컵 결승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월드컵, 올해 롤드컵과 21/22 시즌 토트넘의 결실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었던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비록 전반적인 수준은 클럽 경기에 비해 낮을지 몰라도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임하는 마음만큼은 월드컵이 다른 축구 경기와 비교를 불허합니다. 국가별로 목표치가 다르겠지만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보여준 열정과 에너지는 전부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봤던 이번 롤드컵에서는 DRX가 우승하면서 동화 같은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또한 토트넘은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버텨내고, 리그 4위로 마감하면서 챔스 티켓을 따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올해에 좋은 일도 있었지만 힘든 순간이 있었습니다. 힘든 시기에 우연히 봤던 영화 중에 하나가 “다키스트 아워”인데, 당시 저는 ‘지금 이 순간이 내겐 다키스트 아워가 아닐까?’라고 자문하면서 외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만 하는 싸움에서 지쳐 천천히 가라앉고 있던 저에게 영화의 메시지는 생각보다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세 개의 대회에서 제가 느낀 감정은 폭풍을 거쳐 결국 맑은 날씨를 맞이한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방황하는 이들 모두가 길을 잃은 건 아닐 것이고, 그런 저에게 힘이 되는 격려를 해준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5. 2차 생각 정리

어느 순간부터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예전엔 제가 이러지 않았어요. 일기장을 펼쳐보면 하루에 있었던 일뿐만 아니라 그 무렵의 힘이 넘치고 분명한 제 생각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동적이고 지친 마음과 낮은 승부욕이 제 머리와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지쳐서 그런 걸까요? 그냥 행복해지고 싶고, 제 마음 속 겨울이 끝나길 바라고 있어요. 한때는 밤하늘의 예쁜 달을 바라보며 기분 전환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달을 올려다 보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문득 생각해보니 유튜브에서 보는 영상의 대부분이 개, 가족 브이로그 같은 내용이더라구요. 편히 쉬면서 보는 영상이나마 평화롭고 치유되는 내용이길 바라서 이런 듯 합니다. 정말로 사라진 걸까요? 에너지, 힘, 열정과 분노가 어디로 갔을까요?

그래도 올해는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알게 된 일 년이었어요. 물론 그 중에는 아직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지 못한 사람도 있고, 만났더라도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 못한 분도 있어요. 다만 똑똑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들과 한 번에 인연을 맺게 된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저는 사람을 사귈 때 신중해요. 제 곁에 좋은 사람들만 두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떤 새로운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을 때면 조심하게 됩니다. 제 말은, 인간관계는 내가 정하는 것이지 남들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잖아요. 자기 마음은 자기가 결정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을 신경쓰면 안돼요.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나 또한 진심으로 존중을 보여야 합니다. 단지 심심해서, 외로워서 의지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을 이용하는 거예요.

한 번은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을 신중히 만난다면, 잘 모르는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줄 어떻게 아냐고 하더라구요. 태양이 뜨거운지 꼭 만져봐야 아나? 얼마 전 다시 본 미드 ‘빅뱅이론’에서 인상깊었던 쉘든의 말이 답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사귀면서 그 인연에 확신이 없다면 이 말을 떠올려 보는 거죠. “슈뢰딩거의 고양이”. 결국 어떤 일이든 그게 좋을지 안 좋을지는 해보지 않는 이상 모릅니다. 일단 상대에게 잘해주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올 거예요. 저는 생일이나 새해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척 먼저 연락이라도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2022년의 가장 큰 수확은 사람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소중한 사람들이 제게 했던 따뜻한 행동과 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같이 살고 있는 형님 한 분이 여름에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 나는 사람을 축구선수처럼, 그러니까 너를 단순하게 육각형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해. 너는 다른 사람에 비해 특출난 강점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좋은 능력이 많아.” 이 말을 들었을 때, 티를 안 냈지만 너무나도 좋은 말에 내심 감탄을 했습니다.


6. 기대되는 2023년

내년은 새롭게 만날 환경과 사람들 덕분에 기대가 많이 됩니다. 처음 맞닥뜨릴 공간과 그 속의 사람들에 합류하는 것 덕분에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연초부터 사촌의 결혼식이 있는데, 새로 맞이할 형수님이 어떤 분인지도 궁금합니다. 제 인생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내년에 부디 원대로 하는 일이 잘 되었으면 합니다.

얼마 전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러닝을 재개할 생각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취미 생활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 PS
    • 지금처럼 하루에 한 문제 이상 푸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스트릭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조금 더 의미있게 문제를 풀어보려고 해요. 코드포스나 앳코더 문제에 도전하는 것을 생각 중입니다.
    •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 글쓰기
    • 쓰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쓸 생각이에요. 여태 쓴 글처럼 일기장에 쓰는 글과 달리 공유하고 싶은 제 생각을 블로그에 올릴 생각입니다.


2022년 회고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쓰고 싶은 내용은 많은데, 일 년 회고랑은 결이 다른 내용이라 새로운 글로 따로 쓰겠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