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분기 회고

자 어떻게 쓸까요

23년 1분기 회고를 써보려고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아무래도 올해 들어서 제게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대학원 생활부터 써야겠습니다.

대학원

올해 풀타임 학생으로 입학했습니다. 사실 작년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결정을 늦게 내리는 바람에 시기를 놓쳤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고 이제 한 달 정도 지났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익숙합니다. 동기들이랑도 어느 순간 친해져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예상 외로 제가 나이 기준으로 중간 서열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얼마 전에 모니터랑 키보드를 샀는데 지금은 도커랑 노트북 거치대도 사고 싶어서 신났습니다. 그래서 몇 주 동안 연구실에서 주로 한 일은 새로운 장비로 책상을 조금씩 채워나가는 일이랑 논문 읽기입니다. 우선 과제로 주어지는 논문 위주로 읽고 있는데 특정 분야의 전문 용어 때문에 생각보다 하나 읽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려요. 지난 주에 발표한 논문은 네트워크 이론 관련 논문이었는데, 구글링 해도 안 나오는 용어 때문에 고생 좀 했습니다. 다행히 Chat-GPT 덕분에 네트워크 이론 공부가 훨씬 편했습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제 연구를 시작하진 않아서 분위기랑 수업 위주로 글을 남겨야겠어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대학원 생활이 어려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야 합니다만 여기 비즈니스 애널리틱스학과 연구실 분위기는 아주 밝습니다. 뭐랄까… 굉장히 자유로운 학풍입니다. 출퇴근 시간 자유, 연구 주제 자유(분야 상관 없이 비즈니스 가치만 찾아내면 됨 돈 될 거 같으면 다 괜찮아), 참여하고 싶은 과제 자유롭게 선택 등등 편안한 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어서 좋습니다. 돈도 많이 줘요

수업에 관해 말하자면 예상한대로 대학원 수업은 발표가 많습니다. 또 글을 읽고 정리한 후, 자신의 생각을 함께 풀어서 전달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연구 방법론뿐만 아니라 생각과 아이디어도 다양하고 깊을수록 좋다는 걸 느껴요. 역시 연구자라면 모름지기 많이 읽고, 경험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삶의 변화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살아가는 방식과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고, 그에 맞춰 변했습니다. 관련된 제 이야기를 풀자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누구한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루틴

올해 들어 생긴 변화 중 하나는 규칙적인 생활입니다. 원래 아침잠이 많고, 애자일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 익숙하기 때문에 불규칙한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적어도 8시에 일어나서 늦어도 11시 전에는 출근하는 습관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7시 반에서 8시 사이에 눈을 떠서 일어나는 시간은 어느 정도 잡혔는데 출근 시간은 여전히 9시에서 11시 사이로 들쭉날쭉하네요. 그래도 덕분에 몸 컨디션이 개선되는 게 느껴집니다.

매일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 습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래프 이론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강한 연결 요소 개념을 복습하고 한동안 2-SAT 문제에 몰두했어요. 그런데 사실 요즘에는 대체로 예전처럼 어려운 문제를 많이 푼다기 보다는 그냥 습관을 유지하는 것에 그칩니다. 스트릭을 유지하기 위해 정말 쉬운 문제를 그냥 매일 풀고 있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열정이 식기도 했고, 알고리즘 문제에 투자할 시간이 줄어든 탓에 하루하루 폼이 떨어지는 듯 합니다.

독서

저는 어릴 때 정말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평소 독서를 즐기는 부모님 덕분에 저도 자연스럽게 글을 자주 많이 읽었어요. 고등학생 때도 책은 꾸준히 읽었는데 대학에 들어와서부터는 부끄럽게도 일 년에 한 권 정도 경우 읽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죄와 벌”과 “논어”를 다시 읽었고, 이제 “맹자”를 읽으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100페이지씩 읽었는데 학기가 시작되니 100페이지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용서

앞에서 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 생긴 변화와 관련 있습니다. 제가 조금 너그러워졌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부드러워졌다고 할까요? 기준을 낮췄습니다. 아마 고전을 다시 읽으면서 깨닫게 된 가르침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먼저 베푸는 삶을 실천했다면 이제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누군가로 인해 기분이 나쁘고 조금 실망하게 되더라도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그 사람이 정말 악의를 가지고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그저 바쁜 와중에 무심코 깊게 생각하지 못해서 저질렀거나, 혹은 시간이 지나서 상황을 바로잡기엔 용기가 부족해서 어쩌다 보니 결과가 이렇게 되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만약 모르고 있다면 언젠가 배우게 되고, 알고 있다면 언젠가 나중에 과거의 일에 대해 함께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저도 이제서야 배우게 된 삶의 자세가 아니겠습니까.

다른 사람의 처지를 더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기 전에는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무작정 비난하거나 윤리적 자부심을 가지기보다 그저 저를 시험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것

  • 러닝 : 날이 따뜻해져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 테니스 : 예전부터 배워보고 싶었어요.

  • 축구 : 야구하는 것처럼 올해는 축구공도 가지고 놀아보고 싶어요. 아니 왜 쓰고보니 죄다 운동이지

  • 독서 모임 : 예전부터 참여하고 싶었는데 혹시나 시간상 제대로 하지 못할까봐 망설였습니다. 올해는 그냥 참가해보려고 해요. 아무리 바쁘거니와 한 달에 책 한 권을 꾸준히 읽지 못하겠습니까.

  • 전시회 관람 : 2월에 갔던 국립중앙박물관 합스부르크 전시회가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회 놓치지 않고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을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마무리

벌써 1분기가 끝나갑니다. 2분기 회고도 쓸 예정인데 쓸거리가 많아서 기분 좋게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경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