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2분기 회고

우와 어느새 벌써 7월입니다! 첫 학기가 정말 빠르게 지나갔어요. 이걸 세 번만 더하면 졸업이겠네요. 졸업 할 수 있겠지…?

정신 차리고 매순간을 소중히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듭니다. 사실 지난 1분기 회고 이후에 뭐라도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할 것도 많았고 제가 게을러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원래는 대학원 생활과 알고리즘 공부를 취미로 병행하면서 네트워크 관련 글을 쓰려고 했어요. 하지만 2분기 동안 쓴 개인적인 글은 일기가 전부예요.

대학원

먼저 대학원 생활을 얘기해보렵니다. 첫 학기밖에 안했고, 고작 세 개의 수업을 들어서 일반화하긴 이릅니다만 대학원 수업 분위기는 학부랑 달랐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학원 수업의 특징은 학부랑 달리 무언가를 외우고 공부하라고 시키는 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게 있으니 연구할 때 참고하라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사실 MIS 수업은 학부랑 다를 게 없었습니다. 학부 때 수강했던 수업과 교수님이 달랐지만 내용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을 뿐더러 기초 이론 수업이라 그저 그랬습니다. 하지만 다른 두 수업은 매주 다른 내용의 논문을 읽으며 관련 학술 동향과 연구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했습니다. 수업에 나온 내용으로 시험을 친 것도 아니라서 부담은 없었고, 그저 앞으로 관련 분야로 연구할 계획이 있다면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대학원에 오기 전에 예상한 부분이긴 합니다. 통찰력을 기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폭넓게 경험할 기회가 주어지는 와중에 입맛에 맞는 것으로 골라 먹으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알아서 열심히 해야만 하는 환경이에요.

이번 학기에 발표를 네 번 했는데, 덕분에 발표에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 과제를 하고 논문을 읽고 발표 준비를 하는 데에 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하나가 끝나면 다른 일을 준비해야 하더라구요. 한글 논문은 쉽게 읽었지만 영어 논문은 하나를 읽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다면 저만의 공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개인 공부랑 연구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러면 안돼요. 정신 없이 살기 위해 연구에 몰두해야겠습니다. 제 자신을 혹사시킬 필요가 있어요. 어쩌겠습니까, 해내야죠. 문득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글귀가 떠오르네요.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고.”
- 붉은 여왕, “거울 나라의 앨리스” -

학회는 두 번 다녀왔습니다. 저 혼자 무언가 해서 간 게 아니라 그냥 함께 다녀온 거라 바람 쐬고 온 겁니다. 재밌었어요. 학회 분위기랑 다른 사람의 연구 동향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학회에서 들었던 발표 중에 인상적인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발표에서 다루는 내용이 너무 거대한 어떠한 인프라 구축 제안이랑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주제였어요.


1분기 회고 때 세운 목표 점검

러닝, 테니스, 축구, 독서 모임, 전시회 관람을 하고 싶은 것으로 설정했었습니다. 여기에서 러닝이랑 축구는 하지 않았고, 나머지 세 개는 했어요. 사실 독서 모임은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만 곧 시작하는 친구의 독서 모임 2기에 탑승한 상태입니다.

전시회 관람을 제일 열심히 했는데요. 몇 달 간 예술 작품 관람에 돈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시회 얘기를 하기 전에 어버이날에 경험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부터 시작하죠. 사람들이 비싸도 꾸준히 뮤지컬을 보러 다니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어릴 때 짧은 연극이나 뮤지컬을 본 기억은 있는데 별 감흥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오페라의 유령은 정말 좋았습니다. 내용 자체는 어릴 적 책을 읽었기에 어렴풋 알고 있었는데, 뮤지컬을 풍부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 음향과 배우들의 실력에 감탄했습니다. 예쁘고 잘생기고 노래도 잘 부르는 배우들을 보면서 정말 축복받은 재능을 타고 났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해는 지금까지 총 일곱 번의 전시를 봤어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과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부터 시작해서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강릉 하슬라 아트월드, “빈센트 발 : The Art of Shadow”,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시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를 관람했습니다. 전시 수준은 언제나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고예요. 어느 순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모든 것을 독자적인 브랜드화 하는 느낌이 들던데, 아무쪼록 누구나 머무를 때 행복할 공간으로 잘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사실 현대 미술은 잘 몰라서 딱히 안 끌리는데요, 특히 그림이면 진짜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붓질 방법이랑 무슨 의도로 그렸을지를 한참 생각하며 노려보다가 왔답니다. 그런데 저는 그림이라도 옛날 작품이면 좋습니다. 평소 역사에 관심 많기 때문에 작품이 그려진 시기가 어떤지 아는 데다가 초상화랑 풍경화가 대부분이라서 이해가 쉽더라구요.


언제부터인가 회고 글을 쓸 때마다 제 삶의 자세에 대해 말하게 되네요. 최근 몇 년 간 깨닫는 게 많아요. 저랑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에 스며드는 게 항상 쉽진 않네요. MBTI로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ISTJ입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유형이 있고,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얼추 그룹을 만들 수 있는데요. 사람들마다 생각하고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다르니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조심스럽습니다. ISTJ랑 완전히 반대되는 유형이라고 어울리기 힘든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조금씩 안 맞는 부분적인 면에서 느끼는 차이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히려 E 성향이라면 적극적으로 다가와줘서 고마워요.

원래 하려던 얘기를 이어가자면, 어떤 사람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도 그게 아닌 경우에 놀라게 되네요. 우리 모두 상황에 따라서 페르소나를 바꾸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가면이 제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그때그때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저에게 말해주는 게 편합니다. T라서 이런가 제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요. 제가 가까이하는 소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맞춰줄 의향이 있기 때문에 서로 솔직했으면 좋겠어요. 만약 오해가 있다면 서로의 이해관계가 평행선을 달리기 전에 충분하고 깊은 대화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해주는 격려와 위로의 말, 아니면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어서 건네는 질문을 압박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어쩌겠어요, 이해해줘야지.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걸. 분명 다른 점이 있기에 서로 완전히 섞이지는 못하겠지요. 온전히 다른 하나의 인격체이기에 두 사람이 완전히 딱 맞는 건 불가능해요. 다만 붓질이 여러 번 어우러지며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가 서로 나눈 대화와 함께 보낸 시간으로 친밀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요.


다음 목표

  • 논문 쓰기 : 사실 올해 목표가 두 편인데…할 수 있을까? 해야 합니다. 아직 주제 생각하는 것도 어렵고, 방법론도 어려워서 어디부터 시작할지 모르겠습니다. 몇 번 써보면 쉽다는대 흠…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마음 속에 혼돈을 품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더 치열하게 고민해볼래요. 다행인 점은 같이 쓰자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와 함께 하려는 사람이 있어서 그분들이랑 합작하는 논문이랑 저 혼자 쓰는 논문 개수를 더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 운동 : 러닝 포함해서 내 몸 관리를 시작하겠어요.
  • 한동안 못 만난 사람들한테 연락해서 만나기
  • 글 많이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