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고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나요?

2023년 회고 글을 진작에 썼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에서야 쓰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바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해보면서 지난 일을 하나씩 돌아보겠습니다. 한 해 동안 겪었던 몇 가지 이야기에 대해 솔직하게 다뤄보겠습니다.

2023년은 제가 대학원에 입학한 해입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기점이겠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입학할 무렵의 시기가 참 여유롭고 좋았던 때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들어온지 반 년 정도밖에 안되었던 시기었고, 그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기대를 잔뜩 품은 상태로 새로운 환경에 몸을 던질 준비를 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세웠던 목표대로 지금 순조롭게 진척이 되고 있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부끄럽게도 아닙니다. 2년 간 자신을 혹사시켜서라도 무언가를 이뤘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살려고 했지만 여러 모로 조금 지쳐서 나태해졌습니다. 정해진 루틴대로 매일 하루를 보내고, 매주 꾸준한 성과를 내려고 했습니다만 어렵네요. 무엇이든 사소한 것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어려운 듯 합니다. 그래도 제 연구를 처음 시작해봤고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다다르긴 했습니다. 물론 원래는 지금쯤이면 적어도 두 번째 논문을 마무리하는 시기여야 했습니다. 도메인을 정하고, 관심 있는 주제를 정해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지식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했더니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나아갈 방향이 제한되는 느낌입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시야를 넓히려면 많이 읽고 경험해서 좀 더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를 찾기 시작해야 하는데 이조차도 게을러서 읽은 논문도 부족하고 새롭게 알게되는 것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제 연구 성과를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기대만큼 폼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고 정체된 느낌이에요. 하다보면 언젠가 퀀텀 점프를 이루겠지만 그 순간이 너무 늦을까 두렵습니다.

지난 11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연구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지도교수님께 피드백을 받기 위해 스스로 꾸준히 성과를 내려는 마음이 생기고, 동기들의 연구를 지켜보면서 여러 모로 좋은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매번 새로운 피드백을 받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떠올리자면 세 가지를 얘기할 수 있겠네요.

  1. 석사 과정의 연구는 현 상황에서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2. 자신만의 도메인을 정해야 한다.
  3. 논리에 허점이 없도록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세 번째가 글을 쓸 때 항상 마음 속에 되새겨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문을 쓰다보면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분명하고 자세히 다루지 않고 대충 넘어가려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거든요. 블로그에 그냥 쓰는 글이 아니라 논문인만큼 대충 그 따위로 쓸 거 같으면 대학원생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여름부터 학회를 갔었는데 11월 말 부산에서 열린 학회에서 처음으로 직접 발표를 해봤습니다. 학부랑 달리 대학원에서는 발표할 기회가 많았는데, 학회에서도 발표를 해보면서 점점 자신감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학회 덕분에 여러 새로운 곳도 가보는 재미도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2024년이 되자마자 다녀온 삿포로 학회는 최고였습니다. 4년만에 해외에 가본 데다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홋카이도여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낭만적인 자연 환경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저는 도시 구경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나라 특유의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여행을 더 좋아해요. 그런 면에서 홋카이도는 정말 특별한 곳이었어요! 이러다보니 요즘엔 연구를 열심히 해서 다양한 학회에서 발표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다른 사람들의 연구와 발표 실력을 보고 배우고, 여행도 할 수 있는 기회라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R 프로그래밍 수업 조교를 지난 학기 중간에 갑자기 맡았습니다. R은 제가 자신 있는 언어가 아니라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여담으로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구현 능력인데요. 자기가 머릿속에 떠올린 기능을 그대로 코드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종이에 단계별로 만들어내고 싶은 코드 내용을 쓴 다음에 차근차근 구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익숙해지면 그냥 머리로 바로 코드가 생성되는 수준에 이르는 과정을 연습해야 하지요. 이러한 점은 외국어 공부랑 수학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쉬우나 응용해서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자주 그 언어를 사용하는 게 정도입니다. R은 제대로 배운지 오래되었고, 자주 쓰지 않아서 잘 다루지도 못했지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시스템 환경 설정에서 발생하는 에러에 대해 제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드 구현이야 다른 언어 경험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고, 사실 수강생들 수준이 대부분 처음으로 코딩을 본격적으로 배우는 거라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헌데, 시스템적인 에러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R 지식이 부족한 저로서는 저도 검색해서 알아본 뒤에 답을 해주어야 해서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물론 학기 후반부에 배우는 어려운 심화 내용은 저도 다 까먹어서 그것대로 문제였습니다.

R 프로그래밍 조교를 하면서 느낀 또 다른 점은 수강생의 태도가 아쉬웠다는 것입니다. 일단, 학점이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앞으로 학부 생활 동안 꾸준히 써야 하는 R을 배우는 데에 의욕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자주 R을 쓰게 하려고 이 수업은 매주 과제가 나가는데, 종종 이런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과제를 하다가 에러가 나서 더 이상 진행을 못했다..죄송하다… 조교인 나에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죠. 저야 눈 아프게 체크하며 채점할 게 없으니 편하니까요. 다만, 안타까운 게 왜 미리 질문을 해서 과제를 수행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그리고 학생들이 겪는 대부분의 에러는 정말 사소하고 쉬운 것이라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검색하는 노력이 있었다면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었을 거예요. 물론 제가 느끼기에 별 거 아닌 에러라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난관일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만 그럴수록 부담없이 저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질문을 받아서 학생들을 친절히 도와주고 싶습니다.

또한, ChatGPT에 학생들이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매주 나가는 과제는 잘하는데 어째서 중간고사 성적은 형편 없을까요? 제가 한 번은 백준의 문제를 조금 수정해서 브론즈 1에서 실버 5 정도의 난이도 문제를 일부러 낸 적이 있습니다. R은 통계와 분석을 위한 언어이기에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쓰이는 복잡한 코드 구현 문제는 지양해야 하지만 당시 과제가 조건문과 반복문 내용이어서 크게 상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코딩을 처음 접하는 1학년 학생들이라 못 푸는 게 어쩌면 당연하겠습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코드를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정말 깔끔하게,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마냥 서너 가지로 코드 스타일이 구분되더군요. 사람의 글로 비유하자면 문어체라고 느껴지는 그런 코드 스타일로요. 다만, 모든 테스트 케이스를 통과하는 정답 코드를 제출한 학생은 한 손으로 꼽을만한 숫자였습니다. 그 문제를 풀지 못해도 성적에는 사실상 지장이 없었습니다. 학생들도 알다시피 중간고사와 기말 과제를 비롯한 다른 부분에서 성적이 갈리니까요. 그런데 왜 굳이 수고롭게 그런 치팅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따로 수업이나 과제에 관해서 깊이 있는 질문을 하거나 코딩을 잘하고 싶어서 공부 방법을 묻는 학생도 50명이 넘는 학생 중에 학기 동안 세 명밖에 없었구요. 그래서 데이터 분석을 공부하는 수업이니 만큼 치팅할 필요가 없는 과제를 내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과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그런 모습이 보고 싶네요.

글이 어느 순간 심각해져서 다른 얘기를 해야겠어요. 2023년은 새로운 사람을 많이 알게 된 해였습니다. 대학원 동기들이랑 재밌는 추억을 여럿 만들었어요. 2024년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해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돈독한 사이가 되길 바랍니다. 2024년 6월까지 성취할 목표를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논문을 두 편 더 쓰려고 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것 말구 추가로 두 편이요. 또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에 졸업 논문 주제를 정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이번 겨울에 다음 학기를 대비해서 R이랑 NetMiner를 공부해두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독서하는 습관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연말에 논문 마무리, 학회 발표 준비, 산자부 기업 방문 일정으로 바빠서 책을 읽지 못했어요. 다시 읽기 시작해야겠지요. 올해는 행복한 일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행복한 이야기의 주인공이길 바라요!!!

끝으로 저에게 언제든지 연락주셨으면 합니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거나 제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우리 서로 친해지자구요.